지난 9편에서는 홈 공방을 시작할 때 중복 투자를 막아주는 필수 기본 공구와 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체 생활용품들을 구별하는 안목을 길렀습니다. 필요한 도구들이 손에 쥐어졌다면 이제 가죽공예의 진정한 주인공인 '가죽'을 구매하러 갈 차례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켜거나 동대문, 신설동 같은 가죽 시장에 방문하기 전, 초보자들이 가장 크게 혼란을 겪는 두 가지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가죽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과 대체 내 소품을 만들려면 가죽을 얼마나 사야 하는지 계산하는 일입니다.
가죽은 원단을 무두질(태닝)하는 방식에 따라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며, 일반 천 원단처럼 야드(Yard)나 미터(Meter) 단위를 쓰지 않고 '평'이라는 고유의 면적 단위를 사용합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카드지갑이나 가방에 엉뚱한 가죽을 골라 돈을 날리거나, 모자라게 주문해서 작업을 중단하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가죽의 핵심 종류와 아주 쉬운 소요 평수 계산 공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베지터블 가죽 vs 크롬 가죽, 내 작품엔 어떤 것이 맞을까?
가죽 시장에 가면 크게 베지터블(Vegetable) 가죽과 크롬(Chrome) 가죽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고 디자인이나 색상만 보고 고르면 바느질이나 마감 단계에서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베지터블 가죽은 식물에서 추출한 탄닌 성분을 이용해 오랜 시간 전통 방식으로 무두질한 가죽입니다. 가죽 본연의 결이나 상처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손이 탈수록 색이 짙어지고 광택이 나는 '에이징'이 특징입니다. 가죽 조직이 단단하고 빳빳하여 칼로 자르거나 그리프로 구멍을 뚫기 좋습니다. 지난 편에서 배운 토코놀 마감이나 사포질이 가능한 가죽이 바로 이 베지터블 가죽입니다. 클래식한 지갑, 벨트, 통가죽 소품을 만들 때 필수적입니다. 단, 물과 스크래치에 매우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크롬 가죽은 화학 약품인 황산크롬을 사용하여 대량생산한 가죽입니다.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 시트가 이에 해당합니다. 장점은 물과 스크래치에 강하고 색상이 아주 다채로우며 오염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질감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하여 뒤집는 가방을 만들 때 유리합니다. 하지만 조직이 유연해서 초보자가 칼질을 하거나 그리프로 구멍을 뚫을 때 가죽이 밀려 형태가 일그러지기 쉽습니다. 결정적으로 토코놀 마감이 불가능하며 단면을 무조건 에지코트 약품으로만 마감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죽공예를 처음 독학하는 단계라면 가죽의 밀림이 적고 칼질과 바느질 각도가 정교하게 나오는 베지터블 가죽으로 시작하는 것이 기술을 익히기에 훨씬 수월합니다.
2. 생소한 가죽 단위 '평'의 개념과 가죽 손실률(Loss)의 비밀
가죽은 네모반듯한 공장 생산 원단이 아니라 동물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테두리가 울퉁불퉁하고 다리나 엉덩이 부위의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면적을 측정할 때 가죽공예에서는 1평(평방자)이라는 단위를 씁니다. 가죽공예에서의 1평은 가로 30cm x 세로 30cm 크기의 정사각형 면적을 의미합니다. 부동산에서 말하는 평(3.3㎡)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니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죽 매장에서 "이 가죽은 20평짜리 소 한 마리 반장(Half Hide)입니다"라고 한다면, 30cm x 30cm짜리 정사각형이 약 20개 들어가는 면적의 울퉁불퉁한 가죽 덩어리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초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현장 팁은 '가죽 손실률(Loss)'입니다. 내가 만들 지갑의 도안 면적을 모두 합쳤을 때 정확히 2평이 나온다고 해서 매장에서 2평짜리 짜투리 가죽을 사 오면 백전백패 패 패턴을 다 배치하지 못합니다. 가죽의 가장자리 변두리는 늘어나거나 얇아서 쓸 수 없고, 가죽 중간중간에 동물의 낙인이나 큰 상처, 벌레 물린 자국이 불규칙하게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가죽을 구매할 때는 실제 도안 면적보다 최소 30%에서 가방처럼 큰 소품은 50% 이상 여유 있게 평수를 잡아야 안전하게 재단을 끝낼 수 있습니다.
3. 1초 만에 끝내는 내 소품 맞춤형 가죽 평수 계산 공식
매번 시장에서 감으로 가죽을 사다가 모자라거나 너무 많이 남는 일을 막으려면, 도안을 준비했을 때 간단한 수학 공식을 대입해 보면 됩니다. 가로와 세로 길이를 센티미터(cm) 단위로 측정하여 대략적인 평수를 구하는 방식입니다.
공식: [가로 길이(cm) x 세로 길이(cm)] ÷ 900 = 필요한 기본 평수
가로 20cm, 세로 10cm 크기의 장지갑 도안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지갑의 겉면, 안면, 카드 칸 조각들을 바닥에 펼쳐놓았다고 상상하고 이를 감싸는 가상의 커다란 사각형 면적을 구합니다. 만약 모든 조각을 촘촘히 모았을 때 가로 40cm, 세로 30cm의 사각형 안에 다 들어간다면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40 x 30 = 1,200이 나옵니다. 이를 900으로 나누면 약 1.33이 됩니다. 즉, 순수하게 필요한 면적은 약 1.3평입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가죽 손실률 약 1.4배를 곱해줍니다. 1.33 x 1.4 = 1.86이 되므로, 시장이나 쇼핑몰에서 최소 2평 이상의 가죽을 구매하면 실패 없이 지갑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간단한 기준을 드리자면 일반적인 카드지갑은 짜투리 가죽인 1평 내외, 반지름 형태의 중지갑이나 여권 케이스는 2~3평, 소형 클러치백은 5~7평, 토트백이나 백팩처럼 큰 가방류는 가죽의 상처를 피해 통째로 재단해야 하므로 소 한 마리 분량인 15~20평 이상의 원장이 필요합니다.
핵심 요약
베지터블 가죽은 조직이 단단해 칼질과 바느질이 쉬워 입문자에게 적합하고, 크롬 가죽은 부드럽고 오염에 강하나 밀림 현상이 있어 다루기 까다롭습니다.
가죽공예의 1평은 가로 30cm x 세로 30cm의 면적을 뜻하며, 원단의 울퉁불퉁한 테두리와 상처 부위를 감안해 실제 도안보다 30~50%의 손실률을 더해 구매해야 합니다.
필요한 가죽 평수는 [가로(cm) x 세로(cm) ÷ 900] 공식에 손실률을 곱해 쉽게 계산할 수 있으며, 카드지갑은 1평, 소형 가방은 5~7평 정도가 소요됩니다.
다음 편 예고
내 소품에 맞는 가죽의 종류와 평수를 계산해 구매했다면, 이제 가죽의 두께를 조절해야 합니다. 다음 제11편에서는 "가죽 피할(Skiving)의 정석 - 부품별 알맞은 가죽 두께 가이드와 구두칼로 모서리를 평평하게 깎아내는 부분 피할 요령"에 대해 상세히 다루어 보겠으니 기대해 주세요.
댓글 유도 질문
만들고 싶으신 소품의 가로, 세로 사이즈나 대략적인 형태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가죽이 몇 평 정도 필요할지 그리고 베지터블과 크롬 중 어떤 가죽이 적합할지 함께 계산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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