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고르기 - 생지(베지터블)와 크롬 가죽의 차이점과 첫 연습용 가죽 추천

 인터넷이나 SNS에서 세월의 흔적이 멋지게 묻어난 가죽 지갑을 보면 '나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오랫동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가죽 원단 사이트에 들어가면 베지터블, 크롬, 사피아노, 푸에블로 같은 생소한 단어들과 평(ds)이라는 낯선 단위 앞에서 첫 주문부터 막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처음 독학을 시작했을 때, 화면으로 보기에 그저 예뻐 보이는 가죽을 무턱대고 샀다가 집에서 사용하는 일반 커터칼로는 잘리지도 않고 바느질도 되지 않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죽은 천 원단과 달라서 가공 방식에 따라 성질이 완전히 바뀝니다. 초보자가 가죽을 살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줄이고, 내 첫 도전에 딱 맞는 가성비 연습용 가죽을 고르는 명확한 기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베지터블과 크롬: 가죽 가공의 양대 산맥 이해하기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죽은 크게 '베지터블(Vegetable) 가죽'과 '크롬(Chrome) 가죽'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둘의 차이를 모르면 내가 원하는 소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베지터블 가죽은 식물에서 추출한 탄닌 성분을 이용해 오랜 시간 전통 방식으로 무친 가죽입니다. 표면 코팅이 얇거나 거의 없어서 가죽 본연의 주름이나 상처가 그대로 보입니다. 이 가죽의 가장 큰 매력은 '에이징(Aging)'입니다. 사용자의 손땀, 햇빛, 마찰에 따라 색상이 깊어지고 은은한 광택이 올라옵니다. 무엇보다 가죽 단면을 사포로 갈고 약품으로 문지르면 단면이 매끄럽게 마감되는 성질이 있어, 손도구를 주로 사용하는 독학자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가죽입니다.

반면 크롬 가죽은 화학 성분인 황산크롬을 사용해 빠르게 대량 생산한 가죽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명품 가죽 가방, 자동차 시트, 소파 등이 대부분 크롬 가죽입니다. 표면에 강한 염색과 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 오염과 스크래치에 강하고 색상이 선명합니다. 하지만 성질이 부드럽고 흐물거려 초보자가 칼로 자르거나 구멍을 뚫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특히 단면을 아무리 문질러도 베지터블 가죽처럼 매끄럽게 뭉쳐지지 않고 실밥처럼 풀리기 때문에 반드시 단면에 별도의 고무 약품(에지코트)을 발라야 하므로 초보자에게는 난이도가 높습니다.

첫 가죽 구매 시 초보자가 저지르는 3가지 실수

첫 번째 실수는 '통가죽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해 두꺼운 가죽을 사는 것입니다. 가죽 매장이나 사이트에서 가공되지 않은 원장을 보면 두께가 2mm에서 4mm에 달합니다. 이 두께를 그대로 가져오면 지갑 접히는 부분이 두꺼워져 자석도 붙지 않고 바느질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질 듯한 통증을 겪게 됩니다. 첫 소품용 가죽을 살 때는 반드시 매장에 '피할(가죽을 얇게 깎아내는 작업)'을 요청하여 1.0mm ~ 1.2mm 정도로 두께를 맞추어 구매해야 합니다.

두 번째 실수는 '평(ds)'이라는 단위를 오해하는 것입니다. 가죽은 마(Yard) 단위가 아니라 '평'이라는 고유 단위를 씁니다. 가죽에서 1평은 가로 30cm x 세로 30cm 크기를 뜻합니다. 소형 카드지갑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1~2평 정도가 소요되지만, 가죽 원장은 모양이 네모반듯하지 않고 소 모양 그대로 불규칙하기 때문에 자투리 손실률을 계산해야 합니다.

세 번째 실수는 '처음부터 비싼 수입 가죽을 사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산 베지터블 가죽은 평당 가격이 비쌉니다. 칼질 한 번 실수하면 몇만 원이 날아간다는 부담감 때문에 과감한 가위질이나 바느질 연습을 할 수 없습니다.

독학러를 위한 실패 없는 첫 가성비 가죽 가이드

처음 가죽공예를 시작할 때는 원장(소 한 마리 분량)을 통째로 사지 마세요. 가죽 쇼핑몰의 메뉴 중 '자투리 가죽' 또는 'B급 평 가죽' 코너를 먼저 공략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가장 추천하는 첫 연습용 원단은 국산 '국내산 베지터블 생지 또는 짜투리 팩'입니다. 색상이 염색되지 않은 살구색 생지 가죽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베지터블 가죽 고유의 단단함을 가지고 있어서 칼질 연습과 그리프(타공 도구) 구멍 뚫기 연습을 하기에 가장 좋습니다.

약간의 가공이 가해진 가죽을 원하신다면 '뷰테로'나 '푸에블로' 같은 유명 가죽의 'B급 스크래치 자투리 세트'를 만 원 안팎으로 구매해 보세요. 약간의 상처가 있어 제품화하긴 어렵지만, 초보자가 바느질 감각을 익히고 실 마무리를 연습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가성비 재료가 없습니다. 적당히 단단하여 힘을 주어 칼질을 해도 밀리지 않으므로 첫 지갑을 완성했을 때 그럴듯한 형태를 잡아줍니다.

핵심 요약

  • 가죽은 식물성 성분으로 가공해 단면 마감이 쉽고 단단한 '베지터블 가죽'과, 화학 성분으로 가공해 부드럽고 오염에 강한 '크롬 가죽'으로 나뉩니다.

  • 가죽공예 독학 초보자는 칼질과 타공, 단면 문지르기 연습이 수월한 '베지터블 가죽'으로 시작하는 것이 기술을 습득하기에 가장 유리합니다.

  • 첫 가죽 주문 시에는 두꺼운 원장을 그대로 쓰지 말고 소품용에 적합한 1.0mm~1.2mm 두께로 '피할'된 자투리 가죽이나 B급 가죽을 소량 구매하는 것이 예산을 아끼는 길입니다.

다음 편 예고

가죽을 알맞게 준비했다면 이제 도안에 맞춰 예쁘게 잘라낼 차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구두칼과 일반 커터칼의 파지법 차이, 그리고 밀리지 않고 깔끔하게 직선과 곡선을 자르는 칼질의 정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댓글 유도 질문

가죽공예를 시작하면서 가장 만들어보고 싶었던 소품(예: 여권 케이스, 지갑, 차 키 홀더 등)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그 소품에 어울리는 적정 가죽 두께를 추천해 드릴게요!

댓글 쓰기

0 댓글

카테고리

페이지

이 블로그 검색

태그

신고하기

프로필

이미지alt태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