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편에서는 부품의 위치에 맞는 알맞은 가죽 두께 가이드와 함께, 구두칼의 각도를 낮춰 가장자리를 포 뜨듯 깎아내는 부분 피할(Skiving) 테크닉을 마스터했습니다. 모든 부품의 두께 조절과 재단이 끝났다면, 이제 바느질하기 전에 각 조각을 흐트러짐 없이 단단하게 결합하는 '조립(Bonding)' 단계입니다.
많은 입문자가 가죽공예를 시작할 때 바느질(새들 스티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소품의 최종 완성도와 내구성을 결정짓는 숨은 공로는 바로 본딩입니다. 본드를 제대로 바르지 않으면 바느질하는 도중에 가죽이 밀려 구멍 위치가 어긋나거나, 완성 후 시간이 지나면서 가죽 사이가 벌어져 지저분한 틈새가 생깁니다. 반대로 본드를 너무 많이 바르면 타공할 때 그리프 날에 본드가 끈적하게 묻어나고 가죽 표면으로 본드가 새어 나와 얼룩이 생깁니다. 깔끔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전용 본드의 특징과 접착력을 극대화하는 올바른 사용법을 전해드립니다.
1. 가죽공예용 본드의 두 가지 주류: 스타 본드와 수성 본드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간접착제나 일반 목공용 풀은 가죽공예에 절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순간접착제는 굳으면서 유리처럼 딱딱해져 가죽의 유연성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가죽을 부러뜨립니다. 목공용 풀은 가죽 표면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돌아 쉽게 떨어집니다. 가죽공예에서는 가죽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강력하게 잡아주는 전용 본드를 사용해야 하며,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스타 본드(950, 501 등)로 대표되는 유성 캔 본드(돼지본드 계열)입니다. 특유의 강한 신너 냄새가 나는 황색 또는 투명한 본드입니다. 접착력이 매우 강력하고 굳은 뒤에도 고무처럼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어 대부분의 가죽 공방에서 메인으로 사용합니다. 특히 베지터블 가죽처럼 단단한 가죽을 고정할 때 탁월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다만 환기가 필수적이며, 점도가 높아 초보자가 얇게 바르기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터콤, 이탈리아 수성 본드로 대표되는 친환경 본드입니다. 우유처럼 하얀 액체 형태이며 냄새가 거의 없어 아파트나 밀폐된 방 안에서 홈 공방을 운영하는 독학러들에게 최고의 선택지입니다. 유성 본드에 비해 점도가 낮아 헤라로 얇고 균일하게 펴 바르기 아주 쉽습니다. 굳으면 투명하게 변하며 접착력 또한 유성 본드 못지않게 훌륭합니다. 다만 가격이 다소 비싸고 건조 시간이 유성 본드보다 조금 더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접착력을 2배 높이는 올바른 본딩 3단계 프로토콜
본드는 많이 바른다고 잘 붙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얇게 바를수록 접착력이 올라가는 신기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죽을 빈틈없이 깔끔하게 접착하는 핵심 단계입니다.
은면 거칠기 작업(가이딩 및 스크래치) 베지터블 가죽의 매끄러운 겉면(은면) 위에 본드를 그대로 바르면 본드가 가죽 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껌처럼 툭 떨어집니다. 본드를 바를 영역(보통 가장자리 3~5mm)을 디바이더로 가볍게 선을 그어 표시한 뒤, 송곳 끝이나 거친 사포를 이용해 그 영역의 은면을 긁어 부드러운 보풀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 작업을 '사면 치기' 또는 '플러싱'이라고 부르는데, 본드가 가죽 섬유질 사이사이로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필수 과정입니다. 토코놀이 발라진 고기면(안쪽 면) 역시 살짝 긁어내고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팥알만큼 짜서 칼날처럼 얇게 펴 바르기 본드를 칠할 때는 가죽 표면에 직접 듬뿍 짜지 말고, 플라스틱 헤라 끝에 팥알만큼만 묻혀서 시작합니다. 헤라의 각도를 가죽 면과 거의 수직에 가깝게 세운 뒤, 한 방향으로 쓸어내리듯 밀어주며 가죽 비침이 보일 정도로 최대한 얇고 균일하게 펴 바릅니다. 본드가 뭉쳐서 떡진 부분이 생기면 그 부위만 가죽이 딱딱해지거나 겉으로 배어 나오므로 헤라로 여러 번 긁어내어 평평하게 만들어 줍니다. 접합할 두 장의 가죽 면에 모두 본드를 발라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오픈 타임'과 건조 타이밍 잡기 본드를 바른 직후 축축한 상태에서 두 가죽을 바로 붙이면 절대 붙지 않고 미끄러집니다. 가죽공예용 본드는 바른 뒤 본드 안의 수분이나 용제가 날아가고 표면이 끈적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오픈 타임(Open Time)'이 필수입니다. 유성 본드는 약 3~5분, 수성 본드는 하얀 빛깔이 완전히 투명하게 변할 때까지(약 10~15분) 기다려야 합니다. 손가락 끝으로 본드 면을 살짝 눌렀을 때, 본드가 묻어나지 않으면서 쫀득한 접착감만 느껴지는 순간이 가장 접착력이 강력한 타이밍입니다.
3. 완벽한 결합을 위한 압착과 본드 얼룩 수정법
정확한 타이밍에 두 가죽의 모서리를 자 대고 맞추듯 정교하게 겹쳐 놓은 뒤에는 강력한 '압착'이 필요합니다. 가죽용 본드는 강한 압력을 받을 때 조직이 서로 엉겨 붙으며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조립된 가장자리를 따라 우레탄 망치나 롤러를 이용해 꾹꾹 누르거나 가볍게 두드려 줍니다. 이때 맨 가죽에 망치질을 직접 하면 가죽 표면에 망치 자국이나 상처가 남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짜투리 가죽을 한 장 덧대고 그 위로 망치질을 해야 안전합니다.
만약 작업 도중 실수로 가죽의 겉면에 본드가 묻었다면 절대 손가락으로 문지르거나 물티슈로 닦지 마세요. 본드가 가죽 넓은 면으로 번져 지울 수 없는 거대한 얼룩이 됩니다. 본드가 묻은 부위를 가만히 두고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본드가 고무처럼 굳어지면, 생고무 재질로 된 '본드 지우개'를 이용해 한 방향으로 살살 밀어내 줍니다. 굳은 본드가 고무똥처럼 돌돌 말리면서 가죽 상처 없이 말끔하게 떨어져 나갑니다. 평소 작업대 주변에 이 생고무 지우개를 항상 구비해 두는 습관이 작업 속도와 퀄리티를 높여줍니다.
핵심 요약
가죽공예용 본드는 냄새가 나지만 강력한 유성 본드와 냄새가 없고 얇게 바르기 쉬운 친환경 수성 본드로 나뉘며, 홈 공방 독학러에게는 수성 본드를 추천합니다.
매끄러운 가죽 표면에 본드를 바를 때는 송곳이나 사포로 은면을 긁어내는 거칠기 작업을 선행해야 본드가 떨어지지 않고 강력하게 결합합니다.
본드를 바른 직후 바로 붙이지 말고 유성은 3~5분, 수성은 투명해질 때까지 기다려 손에 묻지 않고 끈적함만 남았을 때 붙여야 접착력이 2배 이상 올라갑니다.
다음 편 예고
가죽 부품들을 본드로 단단하고 깔끔하게 결합해 조립을 완료했습니다. 다음 제13편에서는 "바느질의 시작, 정교한 그리프 타공법 - 뒷면까지 수직으로 뚫는 망치질 요령과 모서리 라운드 구간 치수 나누기"에 대해 상세히 다루어 보겠으니 기대해 주세요.
댓글 유도 질문
가죽 소품을 조립할 때 본드가 가죽 옆으로 새어 나오거나, 타이밍을 못 맞춰 가죽이 툭 떨어졌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현재 어떤 종류의 본드를 쓰고 계시는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사용 피드백을 드릴게요!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