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그리프(목타) 기초 - 바느질 구멍을 삐뚤어지지 않고 수직으로 곧게 뚫는 공식

지난 3편에서는 종이 도안을 오차 없이 가죽에 옮기고, 조립 후 단면을 한 번에 잘라내는 시접 재단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도안대로 깔끔하게 잘린 가죽 조각들을 본드로 결합했다면, 이제 가죽공예의 시각적 완성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타공(구멍 뚫기)에 들어설 차례입니다.

가죽은 천과 달라서 바늘이 스스로 표면을 뚫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바느질을 하기 전에 '그리프(목타)'라고 불리는 포크 모양의 도구와 망치를 이용해 실이 지나갈 구멍을 미리 뚫어두어야 합니다.

독학하시는 분들이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이 좌절합니다. 분명 가죽 앞면에서는 선을 따라 예쁘게 구멍을 뚫었는데, 가죽을 뒤집어보면 뒷면의 구멍들이 지그재그로 요동치거나 엉뚱한 곳으로 튀어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앞뒷면 구멍이 어긋나면 바느질 선이 보기 싫게 삐뚤어질 뿐만 아니라, 바늘이 통과할 때마다 가죽 내부를 찢어놓게 됩니다. 뒷면까지 자로 댄 듯 곧게 뻗은 바느질 라인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그리프 타공 공식과 망치질 요령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그리프가 휘는 원인: 손목 각도와 파지법의 오류

앞면은 똑바른데 뒷면이 주저앉는 이유는 100% 그리프가 가죽 표면과 수직을 이루지 못하고 미세하게 기울어진 채 망치질을 했기 때문입니다. 1mm 두께의 가죽이라도 위에서 각도가 1도만 틀어지면 바닥에 도달했을 때는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로 벌어집니다. 특히 두 장 이상의 가죽을 겹쳐 뚫을 때는 그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그리프를 잡는 손의 자세를 교정해야 합니다. 흔히 그리프 몸통의 중간이나 윗부분을 잡고 망치질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망치로 타격을 가할 때마다 도구가 양옆으로 흔들리기 쉽습니다.

올바른 파지법은 세 손가락(엄지, 검지, 중지)으로 그리프의 맨 아랫부분, 즉 날과 가장 가까운 몸통을 단단히 쥐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가죽 표면이나 지지대 바닥에 가볍게 대어 지지대 역할을 해줍니다. 이렇게 손가락 일부를 바닥에 밀착시키면 손목이 흔들리는 현상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망치로 내리칠 때 도구가 수직 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도구를 믿지 말고 내 몸의 시선을 믿기

그리프를 잡은 후 눈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보통 뚫어야 할 가이드라인(디바이더 선)을 정면에서 쳐다보며 작업합니다. 하지만 정면에서만 보면 그리프가 좌우로 기울어진 것은 잡아낼 수 있어도, 앞뒤로 누웠거나 서 있는 각도는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리프를 선 위에 올린 후에는 고개를 살짝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려 측면 각도까지 입체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내 눈과 그리프, 그리고 가죽 표면이 완벽한 십자가(+) 형태를 이루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

또한, 타공할 때는 아래에 까는 받침대도 점검해야 합니다. 말랑한 고무 매트 위에서 작업을 하면 망치질을 할 때 가죽과 도구가 매트 속으로 파고들면서 각도가 순간적으로 뒤틀립니다. 독학러라면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의 '재단판(팅크판)'을 바닥에 깔고, 그 아래에 충격을 흡수해 줄 묵직한 돌판(대리석 정반)을 배치하는 것이 흔들림을 막는 가장 정석적인 세팅입니다.

3. 실전 타공 공식: 연타(連打)와 중첩의 규칙

망치질을 할 때는 한 번에 구멍을 끝까지 뚫겠다는 생각으로 무겁게 한 방을 내리치면 안 됩니다. 강한 충격이 순간적으로 가해지면 손이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 버립니다.

올바른 망치질은 통, 통, 통 가볍게 두세 번 나누어 때리는 연타 방식입니다. 첫 번째 타격으로 날 끝이 가죽 표면에 자리를 잡게 만들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타격으로 뒷면까지 부드럽게 밀어 넣는 느낌으로 진행해야 구멍 크기가 일정하고 수직이 유지됩니다.

직선을 쭉 이어서 뚫고 나갈 때 구멍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공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날짜리 그리프를 사용한다면, 새로운 구멍을 뚫을 때 이전 단계에서 이미 뚫어놓은 마지막 구멍 1~2개에 그리프의 첫 번째, 두 번째 날을 다시 끼워 정렬한 상태로 다음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이를 '중첩 타공'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해야 구멍 사이의 거리가 들쭉날 날 하지 않고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일정한 간격의 바느질 라인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그리프 타공 시 뒷면 선이 휘는 것을 막으려면 도구의 맨 아랫부분을 쥐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대어 수직을 지탱해야 합니다.

  • 정면 시선만으로는 앞뒤 기울기를 알 수 없으므로 측면 각도를 함께 확인해야 하며, 완충력이 너무 좋은 매트 대신 단단한 타공판을 사용해야 뒤틀림이 없습니다.

  • 망치질은 한 번에 강하게 치기보다 가볍게 2~3회 나누어 쳐야 반동이 적으며, 전 단계 구멍에 날을 1~2개 겹쳐서 진행해야 일정한 구멍 간격이 유지됩니다.

다음 편 예고

구멍을 수직으로 예쁘게 잘 뚫었다면 이제 드디어 실과 바늘을 꿸 시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 두 가닥을 꼬이지 않게 교차하여 명품 바느질 선을 만드는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의 원리와 예쁜 사선 모양 내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댓글 유도 질문

망치질을 끝내고 가죽 뒷면을 보았을 때 구멍이 삐뚤빼뚤해서 속상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주로 몇 장의 가죽을 겹쳤을 때 그런 현상이 심했는지 댓글로 경험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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